서늘한 가을, 한 뼘만큼의 평화
가을바람이 불어와 창문을 흔들 때마다, 덧없이 지나간 계절의 열기가 문득 떠오른다. 당신을 향해 미친 듯이 타올랐던 지난날의 마음은 이제 한 잎의 붉은 낙엽이 되어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는다. 뜨겁게 끓어오르던 여름의 열정 대신, 서늘한 가을 아침 공기처럼 투명하고 덤덤한 정적이 찾아왔다.가슴에 고였던 먹먹함은 여전하지만, 그 농도가 달라졌다. 과거에는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나를 온통 적셔 숨 막히게 했다면, 이제는 안개처럼 은은하게, 새벽의 이슬처럼 잔잔하게 마음 언저리에 머무를 뿐이다.한 뼘. 당신과 나 사이에 생긴 그 작은 거리가 우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. 이 거리는 잊음이 아니라, 아름다운 기억을 상처 없이 간직하기 위한 배려다. 미친 듯이 애틋해하지 않아도,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아도, 당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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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5. 10. 13. 22:05